두 손 가볍게 원문처럼 읽는 헤밍웨이 첫 소설

어떤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나요?
- 헤밍웨이 특유의 간결한 글을 맛보고 싶은 분 (왜 그렇게들 헤밍웨이를 극찬할까요?)
- 영어 원문은 너무 어렵고, 쉼표 하나까지 원문 그대로 읽고 싶은 분 (그렇다고 읽기에 엉성한 직역은 아닙니다. 지난 7개월간 한땀한땀 검수를...)
- 무겁고 큰 책은 싫고, 작고 가벼워 한 손에 쉽게 쥐어지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분 (두꺼운 책들과는 이제 안녕)
- 부담없이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은 분 (헤밍웨이의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들이라 내용이 무겁지 않아요.)
- 화려한 미사여구와 장황한 묘사에 지치신 분 (어려운 단어, 기나긴 미사여구, 여러 등장인물이 없는 간결한 문장과 이야기들입니다.)
책 실물 사진. 남자지만, 손은 작은 편입니다.
사람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는 헤밍웨이의 철학
<우리 시대에>는 몇 년간 열심히 써온 생애 첫 원고를 기차역에서 잃어버리고도 꺾이지 않고 다시 써낸 헤밍웨이의 첫 소설이자, 의욕을 잃어버리고 상처받은 모든 이를 향해 보내는 위로가 담겨 있는 첫 단편소설집입니다. 이 책 안에는 어린시절부터 20대까지 겪었던 이야기가 15편의 단편과 16편의 짧은 장면묘사로 담겨 있습니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헤밍웨이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와 ‘빙산 이론’이 담긴 원문의 맛을 살린 번역
‘하드보일드’와 ‘빙산이론’으로 불리우는 헤밍웨이 특유의 문체는 최소한의 단어로 간결하게 쓰여 있으면서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의 문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쉼표 하나까지 원문 그대로 번역했습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두 손 가벼운 크기
책 크기는 기존 책들보다 작고 아이폰(14 pro max)보다는 살짝 커서 한 손에 잡고 읽기에 편하고, 기존 책들의 무게보다 1/3 정도라 가볍습니다. 아! 그렇다고 글자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글자는 가독성을 높인 최적의 크기입니다. 두 손 가볍게 원문의 맛을 느껴보세요.
표지의 색상은 ‘잃어버린 세대’를 상징하는 오렌지, ‘하드보일드’를 상징하는 계란, 폰트와 그림은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타자기를 상징하고 각 단편들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1. 왜 이 책을 추천하나요?
'잃어버린 세대'와 '20세기 문학'을 상징하는 작가 헤밍웨이의 첫 단편집
이 책은 20세기 문학을 상징하는 헤밍웨이가 20대에 쓴 첫 소설이자 첫 단편집입니다. 노년에 노인과 바다를 통해 퓰리쳐상과 노벨문학상을 거머쥐며 헤밍웨이는 ‘하드보일드 문체’와 ‘빙산이론’이라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20세기 문학을 상징하는 거장이 됩니다.
독특한 구성
그의 어린시절부터 첫 소설을 쓰게된 20대 초반까지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겪은 이야기들이 15개의 단편과 16편의 짧은 장면묘사가 담겨 있습니다. 구성에서도 다른 단편집들과 확연히 구별됩니다. 각 단편마다 그 앞에 독립적이면서도 관련이 있는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가 1개씩 붙어 있고, 헤밍웨이를 대변하는 닉의 이야기 8편이 담겨 있어서 중편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각 단편과 스케치 들에는 어린시절부터 20대까지 그가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 존경했던 사람에 대한 실망, 무너진 기대, 좌절, 상처, 상실, 완전히 소모된 상태 속에서도 결국 찾은 위로가 간결한 문체 속에서도 따뜻하게 숨겨져 있습니다.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표현으로 핵심을 전달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시작을 맛보세요.
출처: 달리2. 그의 첫 원고를 잃어버린 1920년대에 사진기는 고가였죠. 게다가 인스타그램이 없었던 그 시절에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인증샷을 찍었을리는...
만약 2년간 써온 원고를 사랑하는 사람이 잃어버린다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철저히 파괴된 경험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과 에세이만큼 마초적인 삶과 함께 드라마틱한 일화들로도 유명합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아시나요? 파리 특파원으로 아내와 함께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 살면서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2년간 써 나간 원고를 그의 아내가 기차역에서 잃어버립니다. 스위스에서 유명한 출판 편집인과 헤밍웨이가 만났다는 전보를 받고 남편의 작품을 보여주려고 가지고 나왔다가 파리의 리옹역에서 잃어버린 것 입니다.
헤밍웨이는 분노, 실망, 좌절을 느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아내가 원고를 잃어버리기 전에 이미 자비로 출판하기로 한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가 몇 달 뒤(1923)에 출간되었고,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 6개를 묶은 <우리 시대에 in our time>가 그 다음해(1924)에 출간됩니다.
하지만! 사람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모두 포기하고 무너져 내리려고 할 때 지인들의 지지와 격려로 헤밍웨이는 다시 글을 쓸 용기를 냅니다.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에 있던 단편 세 편에 새로 쓴 12편의 단편을 더하고,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의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 6개에 새로 쓴 10개의 스케치를 묶어서 동명이지만 대문자인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을 1년 뒤(1925)에 출간합니다. 이 단편집은 원고를 잃어버린 좌절을 맞본지 햇수로는 3년, 거의 2년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다시 써나간 파괴되었지만 패배하지 않은 그의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왼쪽은 짧은 장면 묘사가 담긴 소책자, 오른쪽이 15개의 단편과 16개의 짧은 장면 묘사가 담긴 헤밍웨이의 첫 소설입니다.
가벼울 때는 소문자, 진지할 때는 대문자
우리는 진지할 때 궁서체로 썼다고 말하곤 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두껍고 진한 Bold체를 사용하기도 하죠. 영어의 알파벳은 원래 모두 대문자만 있었습니다. 나중에 소문자를 새롭게 추가한 거죠. 그래서 그들 문화권에서는 진지하고 중요한 부분은 대문자로 표기합니다. 그 동안 겪었던 사건을 짧은 장면 묘사로 썼던 동명의 소문자 <우리 시대에 in our time>(1924)를 헤밍웨이는 이제는 보다 진지하게 글을 쓴다는 그의 자세를 담아 더 많은 이야기를 포함시켜 동명의 대문자 <우리 시대에 In Our Time>(1925)로 출간합니다.
LOST GENERATION
잃어버린 세대, 자신과 그들에게 주고픈 평화
헤밍웨이를 항상 따라다니는 문구가 하나 있죠. ‘잃어버린 세대’. 칭찬의 표현은 아니었습니다. 이 말을 처음 썼다고 알려진 거트루드 스타인은 1차 세계대전, 재즈시대, 불경기를 겪으며 방황하며, 허무를 느끼며 의욕을 잃어버린채 그의 문학 살롱에 드나드는 피츠제럴드, 헤밍웨이를 포함한 그 세대를 비판하며 사용한 표현이었습니다. 헤밍웨이는 그런 비판적인 평가에 애정을 담아 자신의 자아를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첫 단편소설집 제목을 공동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의 “Give peace in our time, O Lord!”(주여, 우리 시대에 평화를 주소서)라는 구절에서 따온 게 아닐까요?
무언가를 잃어버린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15편의 위로와 16편의 보너스 이야기
이 단편소설집은 자신처럼 불안과 좌절로 의욕을 상실하고 갈 곳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에게 헤밍웨이가 건네는 15편의 위로 그리고 One More Thing으로 주는 선물입니다. 처음 목격한 죽음, 아버지의 연약한 뒷모습, 전쟁과 바깥세상의 폭력성, 허무하게 사그라져간 첫사랑, 거절당한 첫 번째 프러포즈, 빨리 찾아온 결혼의 권태 등 헤밍웨이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긴 사건들과 함께 이후 작품들의 시작을 알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단편 속 한 문장들
이른 아침 호수에서 그의 아버지가 노를 젓는 뱃고물에 앉아, 그는 자신이 결코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인디언 캠프>
방충망이 그의 뒤에서 쾅하고 닫혔다. 그는 문이 쾅하고 닫혔을때 그녀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들었다. - <의사와 의사의 아내>
그들은 서로 닿지 않은채 담요 위에 앉아 달이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 <무언가의 끝>
“갑자기 모든 게 끝나 버렸어.” 닉이 말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어쩔 수 없었어. 그냥 사흘 폭풍이 막 와서 나무에서 모든 잎을 뜯어낸 때 같아.” - <사흘 폭풍>
“아니요.” 닉이 말했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나도 몰라.” 애드가 말했다. “미쳐버리면 왜 미쳐버렸는지 알 수 없지. 너 나 알지, 몰라?” - <싸움꾼>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그를 사랑했지만, 어린애 불장난일 뿐이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 <아주 짧은 이야기>
그는 어떤 결과도 원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는 어떤 결과도 원하지 않았다. 결과 없이 살아가기를 원했다. 게다가 그는 여자애가 정말 필요하지 않았다. - <병사의 집>
1919년에 그는 당 본부에서 지워지지 않는 연필로 뭔가를 적은 네모난 기름 먹인 천을 갖고 이탈리아에서 철도로 여행을 하고 있었고 - <혁명당원>
엘리엇은 화이트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고 자기만의 방에서 떨어져 살았다. 그는 밤새 많은 양의 시를 썼고 아침이면 완전히 탈진한 모습이었다.- <엘리엇 부부>
그 창문 밖 바로 아래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비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초록색 탁자들 중 한 곳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다. - <빗속에 고양이>
그는 언제든 수렵 감독관이나 시민 한 패거리가 마을에서 둑을 넘어 올 것 같아 두렵고 불편했다. - <비수기에>
그가 산허리의 가파른 기복을 떨어져 내려갈 때의 급속과 급강하가 닉의 정신을 빼놓았고 몸이 떨어지는 감각이 더해져 그저 멋진 비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 <크로스컨트리에 적당한 눈>
우리 늙은이는 <스포츠맨>을 펼쳐 들어 잠시 핸디캡이 붙은 경마 기사를 살핀 다음 말했다. “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을 겪게 될거야, 조.” - <우리 늙은이>
벌써부터 신비롭고 집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올 때부터 닉은 행복했다. 하루 종일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 1>
강은 그저 나무들 사이로 보일 뿐이었다. 그가 늪지대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 날들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었다. -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 2>
2. 왜 이 번역을 추천하나요?
A good question is better than a great answer. 좋은 질문은 대단한 대답보다 더 낫다.
헤밍웨이 작품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 않나요?
이 안에 담긴 15개 단편들은 대부분 여러 책들에 쪼개져 들어가 있고, 16편의 짧은 장면 묘사를 볼 기회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번역을 하려는 이유는?
혹시 빙산이론과 하드보일드 문체를 느끼셨나요? 안타깝게도 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헤밍웨이 작품을 번역한 번역 대가들의 번역본이 많습니다. 저도 헤밍웨이의 작품을 그런 번역서들을 통해서 읽었고, 마초적인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과 흥미로운 이야기 말고는 다른 영미 작가들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빙산이론’과 ‘하드보일드’가 무엇인지 이해해야합니다. 어렵지 않아요.
*기존 번역들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최대한 원문을 살려서 한 번역이라기 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읽기 편하게 의역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헤밍웨이의 작품은 그 맛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서 되도록 직역에 가깝게 번역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단어로 쓰인 그의 작품은 동일한 단어가 여러번 사용되기도 하고, 한 문장이 콤마로 계속 이어지며 한 문단을 이루기도 합니다.
번외 기습 질문
Q)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에 앵무새는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A) 의역의 무서운 점입니다. 답은 원문 제목이 <To Kill a Mockingbird>이기 때문입니다. Mockingbird는 우리말로 하면 흉내지빠뀌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인 하퍼 리가 살았던 미국 서부에서는 참새처럼 흔한 새입니다. 아마도 이 소설을 처음 우리나라에 번역했던 번역가는 고심했을 겁니다. 흉내지빠뀌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는 앵무새로 이름을 바꿨을 거에요. 이 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많은 경우에 의역은 독자들은 아마 이해하지 못 할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요? 기존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제 번역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잠시 옆길로 샜습니다.
빙산이론: 간결하게 잘 쓴 글은 오직 1/8만 드러내도 독자들이 나머지 7/8을 상상할 수 있다
빙산이론(Iceberg Theory)은 미니멀한 글쓰기 방법으로 헤밍웨이가 제시한 이론입니다. 작가 스스로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알고 있는 내용을 생략하고도 충분히 독자가 그 생략된 부분을 읽은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수면 위로 보이는 1/8의 빙산만으로도 수면 아래에 숨어있는 7/8을 독자가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기법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젊은 작가들이 200단어로만 소설을 쓰는 열풍이 일기도 했습니다.

화려하게 풀어낸 의역은 빙산을 열대 무인도로 꾸미는 것
헤밍웨이의 글은 간결하게 정제되어 있어서 굳이 의역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도 간결해서 투박해 보이기까지하는 원문을 화려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는 것은, 마치 빙산 위에 모래를 가득 덮고 그 위에 다채로운 꽃, 풀 그리고 야자수까지 심어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결국 화려하게 풀어쓴 번역으로 글을 읽는 독자는 차가운 빙산의 일각과 그 빙산 아래의 거대한 빙산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하드 보일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글쓰기
‘하드 보일드’(Hard-boiled)는 ‘계란을 완숙한’이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완숙을 하게 되면 계란이 더 단단해지는 면에서 ‘비정’, ‘냉혹’이라는 뜻의 문학용어로 쓰이게 됐습니다. 폭력적인 주제나 사건을 아무 감정없이 냉혹하게 혹은 도덕적 판단 없이 묘사하는 기법입니다. 하드 보일드의 주인공들이 마초적인 특성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표현을 많이 한다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다른 번역가들은 그렇게 번역하지 않았나요?
어렵지 않은 최소한의 단어로 미사여구없이 쓰인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게 되면, 마치 초등학생의 글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빙산이론의 맹점은 간단한 문장 안에 숨어있는 거대한 의미들을 모든 사람이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실망만 안긴채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헤밍웨이의 대부분의 번역서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화려하게 의역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번역을 하게 된 계기
짧게 제 이야기를 할게요. 저는 노벨문학상하면 헤밍웨이를 떠올렸지만, 어떤 책도 읽어본 적은 없었고 떠돌던 이야기를 접하며 막연하게 동경했을 뿐이었습니다. 10년 전 헤밍웨이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냉혹한 화자와 마초적인 인물 말고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단지 <노인과 바다> 정도만 동화처럼 간단하면서 감동을 줘서 좋다 정도 였습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보고 원문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제가 특이한 걸까요? 저는 이런 말투를 쓰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몇 일을 혼자서 큰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며 줄곧 혼잣말을 하던 노인이 상어들과 분투하며 좌절을 맛보며 버티는 상황에서는 더욱 이런 말투를 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점에 가서 <노인과 바다> 영문 원서를 사서 읽었습니다. 최소한의 단어로 이뤄진 책이었습니다. 원문은 아래처럼 아주 간단했습니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
“하지만 사람은 패배하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는 아니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문장 어디에도 격한 감정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연극무대라면 정말 최적의 번역이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글도 읽지 못하는 노인이 할 만한 말투는 아니었습니다. 모르는 단어를 몇 개쯤 찾다보면 그 단어들이 반복되니 쉽게 읽히는 그의 문체를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원문의 표현은 짧은데 여운은 길었습니다. Vintage book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전집을 사서 첫 소설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 첫 소설입니다. 이 책은 마초적인 주인공이 없는 ‘하드 보일드’입니다.
이 번역만의 특징
나음보다 다름
원문의 말 맛을 그대로 살린 표현
이 책의 13번째 단편소설은 <My Old Man>입니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으로 번역되는 old man 입니다. 애정을 담아 격의없이 아버지를 부를 때 쓸 수 있는 표현으로 다른 출판사들은 ‘나의 아버지’ 혹은 ‘우리 아버지’로 표현했습니다. 원문에는 줄곧 아버지를 my old man이나 old man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와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냈습니다. 그 맛을 살리기 위해 ‘우리 늙은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 번역서 안의 모든 표현들은 부드럽게 의역하지 않고 최대한 그 말 맛을 살릴 수 있도록 표현되었습니다.
원문에 없는 불평등한 표현 거부
대부분의 번역서들은 여자는 높임말을 쓰고 남자는 반말을 합니다. 그래야 남자들이 마초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Mr, Mrs, Sir와 같은 경칭이 쓰였거나 비슷한 연령대가 처음 마주한 상황, 어린이가 어른에게 말을 하는게 아니라면 임의로 높임말로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5번째 단편소설 <싸움꾼>에서 흑인이 반말을 하다가 높임말을 쓰게 되는 것은 특정 시기부터 존칭을 쓰기 때문에 높임말이 적용되었습니다.
되도록 글의 순서와 콤마 하나까지 그대로
말이 전달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면, 쉼표로 이뤄진 글은 마침표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헤밍웨이는 호흡이 길고 짧은 글을 다양하게 구사했습니다. 헤밍웨이 글의 특징이 하나 또 있습니다. 본문에는 위의 <노인과 바다>의 유명한 문장처럼 “하지만 사람은 패배하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는 아니야.” 같은 문장들이 있습니다. 중간에 ‘그가 말했다’를 넣은 것은 첫 말을 하고 잠깐 시간을 두는 표현 방식입니다. 그런 표현들까지 모두 그대로 살렸습니다.
마지막 한끗차이, 정확하게 그대로 한 직역
표현은 절대로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게 그대로 번역했고, 단어의 뜻도 최대한 원문이 말하고자하는 실제 뜻으로 번역했습니다.
3. 왜 이 디자인을 추천하나요?

두 손 가볍게 책을 읽고 싶어서 만든 책
저는 학창시절 두껍고 무거운 <수학의 정석>에서 첫 장인 집합부분만을 읽을 거라는 사실을 모른 채 몇 년간 매일 그 무거운 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그 무거운 벽돌을 손에 쥐고 두 손에 들고, 등에 짊어지고 다닌 세월을 저는 후회했습니다. 짧으면 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단편 하나를 읽으려고 두꺼운 단편책을 들고 다닐 이유가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수치는 알라딘 판매량 상위 10개 책의 평균치입니다. 아이폰은 아이폰14 Pro Max 기준입니다.
무겁고, 큰 책보다 적당하고, 가볍고, 손에 알맞는 책
책 크기로 보면 장편소설은 두껍고 큽니다. 중편소설은 더 얇고 작습니다. 그렇다면 단편소설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장편소설보다 두껍고 큽니다. 한 권 안에 단편소설을 많이 집어 넣다보니 책은 두꺼워지고, 너무 두꺼워지지 않게하려고 책은 커집니다. 장편소설과 중편소설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핸드폰보다는 조금 크지만 두 손 가볍게 들고 읽을 수 있는 크기가 있지 않을까?

두 손 가벼운 최적의 크기 가로 104mm, 세로 170mm
온/오프라인 서점들을 뒤져서 적당한 책의 무게와 크기를 조사했습니다. 저렴한 페이퍼백 버전으로 나온 샐린저의 단편집 <Nine Stories>에서 제가 원하던 크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로 104mm, 세로 170mm. 책의 표지와 내지의 소재를 더 좋은 것으로 쓴다면 책이 놓여있을 때도 아름답고, 들고 다닐 때의 촉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은 작아져도 글씨는 여전히 보기 좋은
작은 책들은 두께를 한없이 키울 수는 없으니, 글씨가 작아졌습니다. 책이 작아지면 글씨도 작아져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다름을 만드는 방법은 글씨, 자간, 줄간은 모두 가독성 좋은 기존 책들과 같게 하면서 불필요한 책 여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베젤(테두리)를 줄이는 것처럼요. 목차에 나와 있듯 각 짧은 장면 묘사(1장, 2장, 3장...)와 각 단편(인디언 캠프, 의사와 의사의 아내, 무언가의 끝...)이 짝을 이뤄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짧은 장면 묘사는 굵은 글자(Bold)로 처리되어 있어 바로 뒤에 이어지는 단편과 별도의 이야기임을 보여줍니다. 일반 소설 책자와 같은 10포인트 글자 크기와 1.5배 줄간격이 적용되어 있어 가독성이 높습니다.

헤밍웨이가 첫 소설을 대하는 자세를 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헤밍웨이에 붙는 ‘잃어버린 세대’는 기성세대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비판과 조금의 무시와 애정을 담아 한 말이었습니다. 마치 대학 신입생을 선배들이 상큼한 오렌지같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죠. 헤밍웨이는 조금은 부정적인 이런 의미를 자신만의 색깔로 사용합니다. 표지의 기본색은 이런 ‘잃어버린 세대’를 상징할 수 있는 오렌지색을 택했습니다. 글씨에 적용된 노란색은 ‘하드보일드’의 완숙된 노른자를 의미합니다. 타이틀에 적용된 폰트는 헤밍웨이가 사용한 타자기의 폰트를 상징합니다. 16개의 동그라미는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타자기의 동그란 자판을 상징합니다. 바로 맨 왼쪽 상단 동그라미 안에 그려놓은 타자기입니다. 나머지 각 동그라미에는 밑에 숫자가 붙어있는데, 각 단편의 순서를 의미하고 그 안의 그림은 각 단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리워드
소설 <우리 시대에>와 함께 동일한 크기와 소재로 만든 노트를 준비했습니다. 노트 버전에는 동그라미 16개가 비워져 있습니다. 그 안에 여러분의 소중한 이름, 이야기, 그림이 담기면 좋을 것 같아서요.

책 정보
| 제목 | 우리 시대에 (원문: In Our Time) |
| 저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 |
| 번역 | 조영훈 |
| 크기 | 104mm * 170mm |
| 두께 | 17.94mm |
| 페이지수 | 218페이지 (109장) |
| 무게 | 202g |
| 가격 | ₩15,000원 |

노트 정보
| 크기 | 104mm * 170mm |
| 두께 | 17.94mm |
| 페이지수 | 218페이지 (109장) |
| 무게 | 202g |
| 가격 | ₩6,500원 |
*원래 정가 ₩10,000원으로 책정하려던 것을 얼리버드 한정 혜택가로 제공합니다. 책과 동일한 고급 린넨소재와 가벼운 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워드 종류
₩20,000원
[얼리버드 세트] 헤밍웨이 첫 소설 <우리 시대에> 1권 + 와디즈 한정 <우리 시대에> 노트 1권
- 헤밍웨이 첫 소설 <우리 시대에> 1권 ₩15,000원 → ₩13,500원 (10% 와디즈 혜택)
- 와디즈 한정 <우리 시대에> 노트 1권 ₩6,500원 (얼리버드 한정 혜택)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에는 최고 할인율 10%가 적용됩니다.
*노트는 와디즈 얼리버드 1,000개 한정으로 펀딩됩니다. 노트는 책과 동일한 소재와 페이지수로 제작됩니다.
₩13,500원
헤밍웨이 첫 소설 <우리 시대에> 1권
- 헤밍웨이 첫 소설 <우리 시대에> 1권 ₩15,000원 → ₩13,500원 (10% 와디즈 혜택)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에는 최고 할인율 10%가 적용됩니다.
왜 와디즈인가?
출판시장은 여전히 큰 매대와 마케팅 비용을 낼 수 있는 책들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만들어도 서포터에게 닿기에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와디즈의 서포터는 언제나 세상에 없던 제품을 찾고, 좋은 기획과 제품을 알아보고, 좋은 제품을 지지하고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지난 7개월여간 준비해온 제 기획과 결과물이 여러분께 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리워드 중 노트는 책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어 와디즈에서만 펀딩될 예정입니다. 펀딩성공 후 수익은 제품제작과 추후 새로운 책 선정, 번역, 제작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메이커 소개

지난 10여년간 매달 7권 이상씩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어오며 좋은 작가와 좋은 글을 고민했습니다. 데이터 분석회사의 기획자로 국내외의 다양한 뉴스, 소셜, 전문자료를 분석, 번역해 왔습니다. 지난 10여년간 해왔던 영문 자료 번역은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간결한 헤밍웨이 소설의 번역과 맞닿아 있습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나은 것보다는 다른 것을 고민합니다.
예전에는 자기소개서에 ‘취미’란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 칸 안에 가장 많이 적혔을 단어는 ‘독서’일 겁니다. 취미를 하나만 적으라면 저도 ‘독서’를 적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취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작가, 좋은 글, 좋은 번역과 함께 좋은 디자인을 고민했고, 2022년 6월 헤밍웨이의 첫 단편소설집을 선택했습니다. 그 안에 있는 첫 단편을 번역하고 다른 번역버전들과 비교하며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9월부터 4개월간 번역을 하는 동시에 디자인에 대한 준비를 하며 이렇게 와디즈 펀딩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교환 및 환불규정
- 규정 : 제품 하자로 인한 교환 비용은 전액 메이커가 부담합니다. 리워드 수령 14일 이내 제품 하자로 인한 교환 문의는 tedo4life@gmail.com으로 신청 가능합니다.
- 하자가 아닌 경우
1) 제품 하자가 아닌 서포터님 부주의로 인한 제품 손상은 교환되지 않습니다.
2) 배송 받은 리워드의 하자 여부가 궁금하실 경우 담당자에게 사진과 함께 문의를 주시면 확인 후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3) 그 이외에 인쇄와 제작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경우들은 하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조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