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시 제작일지 1 - 공동 프로젝트의 시작

스파이시를 사랑해주시고 후원해주시는 서포터님들!

그리고 저희 회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여러분들!

스파이시 펀딩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많은 분들이 스파이시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제품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본 글은 4회에 거쳐 해당게임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저희 하이델베어코리아의 행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여러분들께 일려드리고자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여러분들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새소식을 통한 정보와 더불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 하이델베어와 시작 - 첫번째 공동프로젝트 <스파이시>

2.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 - 타문화에 대한 배려와 숨은 디테일

3. 제작의 문제 - 번쩍거리는 게임을 만들거라고?

4. 제작의 문제 - 한국에서의 시행착오 

5. 스파이시 그 이후 - cultural radiant series 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들 

 


1.하이델베어와의 시작 


- 첫번째 공동 프로젝트 <스파이시>



와디즈에서 이번주까지 펀딩중인 스파이시는

2020년 발표되어 26개국에 수출된 히트작으로 유럽에서 출시되는 게임에 한국 민화를 도입한 최초사례일 뿐 아니라 한국과 독일 회사가 함께 제작한 첫번째 사례이기도 합니다. 2020년 독일 슈필데스야레스 가족게임 분야에 추천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스파이시 프로젝트의 시작> 

독일 하이델베어사에서 재미있는 카드게임 아이디어가 있으니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은 2019년 초였습니다. 

 하이델베어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있지 않으나 198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회사로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메가히트작이 된 블로커스나, CGE의 코드네임, 그리고 환타지플라이트의 히트작들을 독일 시장에 선보여 성공시킨 역량있는 퍼블리셔 입니다. 

 또한 기발하고 파격적인 게임들을 퍼블리싱한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알라카르테 같은 가족용 게임들과 함께 여성의 가슴사진으로 플레이 하는 성인용 기억력 게임인 부센메모, 보드게임긱에서 ‘가장 기괴한 구성물을 가진 게임’으로 꼽히기도 했던 Neolithbum (심지어 히트작)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유머와 때로는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황당한 발상은 수많은 뛰어난 독일 퍼블리셔들 중에서 하이델베어를 특징짓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과거 에센 슈필메세를 방문하신 분들이라면 맘좋은 장난꾸러기 곰 로고가 그려진 노란색 티셔츠를 보신적이 있으실 겁니다. 무엇보다, 인종적, 문화적으로 공평하고 열린 자세는 하이델베어 게임즈의 전신인 Heidelberger spiel verlag  시절부터 상대적으로 보드게임분야의 변방국가에서 온 개발자, 개발사들의 좋은 파트너가 되도록 했습니다. 다소 보수적인 독일문화에서 벗어난,  장난과 파격,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들의 회사 라는게 하이델베어사의 이미지입니다. 

이미 검증된 작가들의 게임을 주로 취급하는 유명회사와 달리 하이델베어는 새로운 작가, 새로운 테마, 새로운 문화에 열린 문화를 가진 회사입니다. 

스파이시 역시 유명 작가가 아닌, 이전에 자국인 헝가리에서  Igen 이라는 게임을 독립출판한 적 있는 신진 작가 Zoltan Gyori 의 작품입니다.

스파이시는 페루도, 라이어스 다이스, 바퀴벌레 포커, 쿠한델( 영문판 제목 유아 블러핑) 등과함께 블러핑 게임장르로 분류되는 게임입니다.  처음에 이름이 붙지 않은 상태로 저희에게 소개된 스파이시는 기존 블러핑 게임의 장점을 유지않으면서 도 유사 게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참신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이미 제가 조인을 했을때는 핵심 시스템은 완성이 된 상태로, 확장룰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테마와 그래픽을 정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하이델베어의 대표 하이코 엘러씨는 한국에서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부산에서 열린 보드게임디자인 라운드테이블이라는 행사를  위해 한국을 두 번 방문했던 그는  한국 게임작가들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테마 정하기> 

게임 테마에 대한 독일 측 초기 아이디어는 닌자들이 술법을 겨루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나루토나 수병위인풍첩, 코우가인법첩  같은 닌자물을 좋아했습니다만,  닌자물이 이 게임에 최선의 테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그림을 그린다면 한국과 관련된 테마를 고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숫자가 점점 커지며 감정과 위험수준이 고양되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거짓말로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폭발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테마를 며칠 고민하던 저는 아주 예전에 만화책에서 본 고추먹기 내기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그 이야기는 고추 먹기 내기를 하다가 죽음에까지 이른 어리석은 실제 사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만, 꼭 모든 어리석음이 비극이 될 필요는 없지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그런 어리석고 코믹한 내기를 하는테마를 제안했고, 그 동물로 고양이가 선택되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귀여우면서 엉뚱하기로는 고양이만한 동물이 없지요. 그런 엉뚱함이 하이델베어 특유의 정서와도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테마가 정해지고 나서는 SNS 와 일러스트레이터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모집했고,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여온 김지민 작가와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스파이시로 고추, 후추, 고추냉이(와사비)를 선택하고 그 스파이시와 관련된 멕시코, 인도, 일본의 문화를 반영한 세 종류의 고양이를 생각했습니다. 

 김지민 작가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시안을 보내왔습니다. 


짧은 시간내에 뚝딱 만들어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컨셉이었지만 저희가 선정한 컨셉에 잘 부합한다는 판단을 하고 독일측에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안에 대해서 독일에서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고, 이 이후 벌어진 논의는

서로 다른 사회의 문화적 차이점과 유럽에서 게임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에 대해 크게 배우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그 깨달음은 스파이시 이후 일련의 게임시리즈들이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이어지는 글에는 한국 민화가 등장하게 된 과정과 그 이후 겪었던 시행착오들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