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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국가들이 제조업 부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웨덴은 산학연 제조업 연구 연계 사업인 ‘P2030’을 진행중이며, 중국은 제조업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해 ‘제조2025’ 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제조산업을 위해 보호무역 카드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기존 국가 제조업의 핵심이었던 조선업이 어려워지고, 자동차도 국제 시장의 다른 경쟁자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하드웨어 벤처 시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그 중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곳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박원순 서울 시장 등 주요 정부 인사들이 직접 방문하여 화제가 된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N15다. N15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투자부터 육성까지 진행하는 곳으로 이미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들은 어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어떻게 성장시키며 투자하고 있는 지 공동창업자인 허제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강연 중인 허제 대표

강연 중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N15 허제 대표 


하드웨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시작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허제 대표(이하 ‘허’) 허 : N15의 공동창업자로, 2015년에 하드웨어 스타트업 투자 및 엑셀러레이팅을 하는 N15를 창업했고, 그 전에는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컨설팅을 해왔다.


남들 다 하고싶어하는 회계법인의 컨설턴트에서 엑셀러레이터로 새롭게 시작한 이유가 있는지?

허 : 원래 3d 프린터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 다니면서 3d 프린터 관련 책을 썼다. 당시 처음 나온 3d 프린터 산업 대중서였어서 많은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후 3d 프린터와 하드웨어 산업 관련해 강의도 다니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하드웨어 산업에 대해 더 많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연구를 할 수록 하드웨어 시장의 성장세가 잘 보였고,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라는 게 느껴저서 직접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시작했다. 비 새고 물 새는 곳이었는데, 공동창업자들끼리 외벽 치고 정비도 하며 사무실을 만들었다. 당시 공실이 많았던 용산 전자상가에서, 하드웨어 산업을 일으키겠다고 열심히 하니 원래 용산에 계시던 분들도 좋게 봐주셨다. 엑셀러레이터지만 웬만한 초기 스타트업이 하는 고생을 하며 성장했다. 처음 시작한 나진상가 15동에서 이름을 따서 N15로 만들어졌다. 초심을 잃지 않고자 하는 네이밍이다.

N15는 국내 대표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로 통하는데, 일반적인 엑셀러레이터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허 : 엑셀러레이터는 투자하고, 보육 공간 지원해주고, 3/6개월 뒤에 데모데이를 해서 후속투자유치를 하게 해준다거나, 그 과정에서 전략 멘토링을 해주거나 한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는 다르게 컴퓨터만 있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만들어봐야 한다.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될 수도 있고, 만들고 나서 오류가 날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곳보다 변수가 훨씬 많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일반적인 멘토링이나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예 옆에서 붙어 테크니컬 서포트가 들어가야 한다. N15는 스타트업을 위한 R&D 공간을 갖추고 있고, 나아가 N15 팀 멤버들이 붙어 프로토타입부터 양산까지의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만든다고 무조건 팔리는 것도 아니라, N15가 가지고 있는 B2B 파트너에게 스타트업을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현재 협업하고 있는 B2B파트너로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전 과정을 돕는다고 보면 되는 것인가?

허 : 맞다. 정확하게는 투자한 스타트업이 필요한 부분을 찾고, 그것을 채우는 역할이다.  제조부터 양산, 브랜딩, 유통까지 과정에서 각 기업의 니즈에 맞춰 도움을 주며 투자한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N15 홈페이지 내 제공 서비스 소개 부분. N15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제조부터 브랜딩,유통,투자까지 전방위적인 육성을 진행 중이다. 

최근 투자하고 육성한 사례를 이야기해준다면?  

허 :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나온 모닛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N15 기술지원팀에서 테크니컬 서포트를 많이 했다. 프로토타입부터 양산, 패키징 등의 과정에서 함께 했다. 일반 스타트업으로는 '단색' 이라는 곳이 있다. 여성용 생리 팬티를 만드는 곳으로, 제작 과정도 함께하고 유통 채널도 연결해드렸다. 현재 후속투자유치도 받고, 일본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며 해외 진출에도 성공하며 계속 성장중인 곳이다.


성공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비결


투자를 할 때, 주로 기업의 어떤 부분을 가장 유심히 보는가? 

허 :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창업자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 보고 투자하는 형태라,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성장할 하드웨어 스타트업 창업자나 팀을 알아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있다면?  

허 : 사람 문제에 100%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잘 된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창업자는 크게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대표자와 주요 팀원이 '열린 오타쿠'여야 한다. 열린 오타쿠란 자신의 기술에 심취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이의 피드백에 귀를 열어 놓는 사람이다. 하드웨어 시장을 보면, 자신의 기술을 좋아해서 R&D를 열심히 하면서도, 시장성은 챙기지 못하는 팀이 많다. 하지만, 모든 기술은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진정한 혁신 기술이 될 수 있다.  기술력이 아무리 높아도, 시장성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시장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며 개선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두 번째, 자기 힘으로 매출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매출이 나지 않는다면, 빠른 시일 내 매출을 내겠다는 계획이라도 있어야 한다. 투자유치, 대출, 정부 지원 프로그램도 실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근원은 매출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산업은 매출 없이 성장부터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면 매출에 대한 집념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시장의 타이밍이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어야 한다. 이게 가장 어렵다. 의도한 바와 달리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에 VR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현업 종사자나 언론에서는 VR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크게 열리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타이밍이 좀 빨랐던 것 같다. 시장이 지금 우리 회사 제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시장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가? 

허 :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이 다가오고 있다는 흐름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앞서 말한 VR시장도 계속 성장 중이다. 우리가 조금 빨랐을 뿐, 방향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기업은 자사의 BM에 시장에 맞을 때까지 개선&검증을 반복하며 버텨야 한다. 이 과정에서 N15는 초기 투자로 스타트업과 함께하며 그들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유저가 많아진다고 별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매출이 늘면 양산비용도 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더 많아진다. 이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우려하며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허 :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실물이 아니다 보니 제반 비용이 확실히 낮다.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도 낮다.

하지만 하드웨어 산업에서는 '짝퉁도 도전이다' 라는 말이 있다. 실제 제품을 만들고 양산하는 데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초기 브랜딩까지 확실히 해놓을 경우,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진다. 코스메틱 시장을 보면,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거대 기업이 있으면서도 계속 새로운 브랜드가 나와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로운하드웨어 제품은 한 번 개척해놓으면 자체 진입장벽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이슨과 비슷한 중국의 차이슨 청소기가 나와도 다이슨은 팔린다. 하드웨어 시장의 특성이다.

추가로,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대기업만큼의 인프라도 없는 게 단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부분을 돕기 위해 N15같은 하드웨어 전문 엑셀러레이터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많은 기술과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며 투자한 기업의 성장을 지원중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장 방향성을 생각해본다면?

허 : 간혹 피터지게 단가 싸움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렇게 해서는 중국과 베트남을 이길 수 없다. 삼성도 제조공장을 다 그쪽으로 옮기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 인프라는 필요에 따라활용하되, 기술과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에 집중해야 한다. 초기 성장 단계부터 이런 부분을 잘 쌓아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 코스메틱 스타트업의 제품 매출이 높고, 블랭크라는 콘텐츠+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엄청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지금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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