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그릇에는 사료가 저들끼리 엉켜서 굳어있고, 물그릇은 흙으로 엉망이 된지 오래입니다. 소변이 밴 바닥에는 여기저기 똥이 굴러다니고 백마리가 훌쩍 넘는 개들은 낯선 방문객에게 목청을 높입니다. 경계심, 호기심, 적대감, 반가움..몇평의 땅이 세상의 전부인 이 개들이 이따금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기는 달봉이네, 카라가 지원하고 있는 한 사설 보호소의 풍경입니다. 대부분의 사설보호소들은 부족한 비용과 관리 인력의 부재,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됩니다. 불이라도 나게되면 대피도 어려워 참담한 사고로 번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도 개들은 이곳에 있는 덕에 로드킬의 위험에서, 개장수의 위협에서, 학대와 유기의 상처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벼랑 끝의 안식처입니다.
우리나라에 '동물보호'의 개념이 들어온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이며, 1991년 최초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동물과 공존하는 삶을 이야기한 역사는 길게 잡아도 3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티어하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독일의 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은 국가가 아닌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입니다. 세계 최고의 동물보호소로 손꼽히는 티어하임 베를린은 184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티어하임 베를린은 48,000평의 땅 위에 세워져 160명의 직원들이 1,500마리의 동물을 돌보고 있습니다. 입소동물은 개와 고양이가 대부분이지만 그 외에도 토끼, 양, 새,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연간 9백만 유로(약 117억)의 운영비용과 500여명의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동물들은 개체별로 쾌적한 방에서 안정을 취하며 사람과 가까워지고 사회화 훈련을 합니다. 회복할 수 없는 극도의 고통을 겪는 동물들에 한해서만 안락사가 시행되기 때문에 그 비율은 0%에 가까우며, 입양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까지의 시간동안 굶주림, 갈등, 헛된 죽음은 없습니다.
티어하임이 가능한 것은 독일의 법과 시민의식이 충분히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펫샵에서 동물을 사고 파는 것을 금지하고 전문 사육자인 브리더에게 고액을 주고 분양받거나 티어하임과 같은 곳에서 입양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티어하임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1년간 반려동물 세금을 면제 받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티어하임의 막대한 운영금이 충당되는 만큼 동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수준 또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열악합니다. 1년에 10만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함과 동시에 매일같이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를 펫샵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피학대동물, 번식장의 동물, 실험대상으로 이용되던 동물, 개농장의 동물들... 우리는 가지각색의 형태로 상처받은 동물들이 최적의 시설에서 질 좋은 돌봄을 받고 좋은 가족을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유기동물이 티어하임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받을 것을 사회적으로 약속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카라 더봄센터의 목표 중 하나는 유기동물이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헛된 죽음을 당하지 않는 사회, 사설 보호소에서 한두명의 사람이 동물들의 생명을 감내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딱 하나, 단 한 곳만 티어하임을 재현해 내는 데 성공하면 됩니다. 그 생명성은 지금의 법과 제도, 사회와 문화에 많은 파란을 일으킬 테니까요.
사연 많은 동물들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돌보며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보내고, 동물은 결코 인간이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의무가 될 것입니다. 자격없는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고, 반려인 교육과 펫티켓 캠페인을 통해 더는 버려지는 동물이 없도록 하고 동물 생산업과 판매업을 강력히 규제하기 위한 활동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동물보호소가 비탄과 슬픔, 동정과 연민을 자아내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함께 하며 치유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